라고스에 머무르다 보니 특별한 관광 일정보다는 자연스럽게 걷고 쉬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이날 역시 정해진 계획 없이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젤라토를 먹고 해변을 걷고, 저녁에는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하루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여행 일정표로 보면 단순한 하루일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런 날들이 여행 기억으로 오래 남는 것 같았습니다.

1. 젤라또
후기가 좋았던 Gelícia - Italian Gelato - Lagos라는 젤라토 가게로 후식을 먹으러 갔습니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아이스크림 가게가 정말 많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길을 걷다 보면 거의 한 블록마다 하나씩 보일 정도라 굳이 유명한 곳만 찾기보다 여기저기 들어가 보며 나만의 맛집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기 때문에 아무 곳에서나 먹어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이곳에서는 두 가지 맛을 선택해 와플콘에 담았는데 가격은 약 3.5유로 정도였습니다. 관광지 물가를 생각하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었고 양도 꽤 넉넉하게 담아 주었습니다. 맛 종류도 다양해서 고르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는데, 직원이 천천히 설명해 주어 편하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면 주변에 먹는 사람들의 색깔을 보고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가게 앞에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았습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젤라또를 받아 들고 바로 이동하기보다 카페 앞 의자에 앉아 천천히 먹고 있었습니다. 햇빛 아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생각보다 여유롭게 느껴졌습니다. 젤라토 자체도 부드럽고 단맛이 과하지 않아 부담 없이 먹기 좋았습니다. 특별히 화려한 맛이라기보다 여행 중 편하게 즐기기 좋은 느낌이었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장소였습니다.

2. 해변
라고스는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항구와 해변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따로 이동 수단을 이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골목을 지나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분위기가 확 달라졌고, 해안가를 따라 걷는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즐거웠습니다.
다만 이곳에 갈 때는 반드시 선글라스나 양산을 챙기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늘이 거의 없어 햇빛이 매우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햇볕은 뜨거웠지만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서 걸어 다니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햇빛과 바람의 조합이 여행지 특유의 기분을 만들어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해변에 도착하니 사람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책을 읽고 있었고, 누군가는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으며, 또 다른 사람들은 태닝을 하며 조용히 누워 있었습니다. 서로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수영을 할 생각이 없어서 일상복 차림으로 갔고 따뜻한 모래 위에 그냥 누워 있었습니다.
한국 바다에서는 그렇게 누워 있으면 조금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주변 풍경에 녹아드는 느낌이 들어 그 시간이 굉장히 여유롭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수영을 하고싶으시다면 비키니를 추천드립니다. 비키니 말고는.. 다른 수영복은 본 기억이 없습니다

3. 저녁과 샹그리아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배가 조금씩 고파졌습니다.
따로 큰 맛집을 찾아두지 않았기 때문에 또다시 정처 없이 걷다가 분위기가 괜찮아 보이는 식당을 발견하고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들어간 곳은 캠핑장 근처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테라스가 넓고 자리도 여유 있어 편하게 앉을 수 있었습니다.
유럽에서는 식당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맥주와 샹그리아를 보게 됩니다.
유럽에 온 이상 와인을 빼먹을수 없다는 강박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저렴한 가격에 맛도 있기 때문이죠.
이번에도 맥주는 빠질 수 없었고 친구는 샹그리아를 주문했습니다. 샹그리아는 생각보다 큰 잔에 나와서 처음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유럽 술의 기본 제공량이 한국보다 확실히 많은 것 같았습니다.
큰 보틀과 작은 잔을 주기 때문에 여럿이 나눠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레드와인을 마실지 화이트와인을 마실지만 고민하면 끝! 음식은 카프리제와 생선튀김을 주문했습니다. 따뜻한 튀김과 차가운 맥주의 조합은 실패하기 어려운 조합이었습니다.
특별히 화려한 요리는 아니었지만 여행 중 먹는 음식이라 그런지 더욱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에도 남은 술을 천천히 마시며 한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주변 테라스 자리에서도 사람들이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고, 그 분위기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행총평
라고스에서 젤라또를 먹고 해변을 걷고 저녁에 샹그리아를 마시며 보냈던 하루는 일정으로 보면 특별한 사건이 거의 없었던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이 끝난 뒤 떠올려 보면 오히려 이런 날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Gelícia 젤라또 가게 앞에 앉아 햇빛을 받으며 천천히 아이스크림을 먹던 시간은 단순한 간식 시간이 아니라 여행 속 여유를 직접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디를 꼭 가야 한다는 목적 없이 잠시 멈춰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여행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춰 주었습니다.
해변으로 내려가며 느꼈던 분위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강한 햇빛 아래 각자 책을 읽거나 태닝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한국 해변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휴식을 즐기는 모습이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고, 우리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모래 위에 누워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여행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체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저녁에는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샹그리아와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넓은 테라스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먹었던 음식과 대화는 관광지 경험보다 훨씬 현실적인 여행의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유럽 특유의 느린 식사 문화 속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앉아 있을 수 있었던 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계획 없이 흘러간 하루였지만, 그래서 더 자연스럽고 여행다운 하루였다고 느껴졌습니다. 결국 여행에서 가장 오래 남는 순간은 유명한 장소가 아니라, 아무 이유 없이 좋았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