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쯤 다녀온 리스본 여행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이상하게 장면들이 또렷하게 떠오르는 여행이었습니다. 유명 관광지를 몇 곳 찍고 끝내는 여행이라기보다, “아, 나 지금 리스본에 있구나” 하고 실감하던 순간들이 오래 남았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도 종종 그 공기, 그 빛, 그 느린 템포가 떠올랐고, 그래서 기록처럼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1. 공항도착
리스본 공항에는 밤 11시에 도착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공항 특유의 소란스러움은 조금 가라앉아 있었고, 대신 피곤한 여행객들의 표정이 더 잘 보였습니다. 저는 도착하자마자 “일단 숙소부터 안전하게 가자”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너무 늦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고, 그래서 볼트라는 택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차량을 잡는 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앱을 켜자마자 주변에 사람이 정말 많았고, 다들 같은 생각을 했는지 동시에 호출을 누르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시간에 이렇게 오래 기다려도 되나’ 싶어 조금 불안했습니다. 그래도 침착해지려고 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저녁으로 먹을 빵 몇 가지를 미리 사 두었습니다. 그래서 공항 한쪽에 앉아 빵 봉투를 만지작거리며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주변 사람들 구경을 하는 것도 은근히 재미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캐리어를 끌고 급하게 통화를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가족끼리 도착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아, 다들 각자의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괜히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차량이 잡혔고, 기사님이 도착 위치를 확인하는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때부터는 오히려 마음이 확 놓였습니다. 숙소로 이동하는 길에는 창밖으로 가로등과 조용한 도로가 이어졌는데, 처음 보는 도시인데도 이상하게 차분했습니다. 숙소에 안전하게 도착한 뒤에는 빵을 꺼내 간단히 먹었습니다. 화려한 저녁식사는 아니었지만, 그 빵이 그날의 긴장을 풀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내일은 드디어 리스본을 걷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들었고, 피곤함에 자연스럽게 잠에 들었습니다.
2. 조식
둘째 날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조식을 먹었습니다. 여행지 조식은 괜히 기대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 솔직히 조식은 생각보다 그냥 그런 맛이었습니다. 빵은 조금 뻑뻑했고, 커피도 엄청 연하게 느껴졌습니다. 첫 모금을 마셨을 때 “어… 내가 생각한 그 맛은 아닌데” 싶어서 살짝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여행 중에는 이런 사소한 ‘예상 밖’도 추억으로 남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햄과 치즈는 꽤 괜찮았고, 오렌지 주스는 특히 맛있어서 여러 번 따라 마셨습니다. 결국 “완벽하진 않아도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조식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숙소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리스본을 처음 제대로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리스본은 걷다 보면 언덕이 많아 숨이 차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만큼 풍경이 바뀌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빛에 따라 건물 색이 달라 보이고, 타일 벽과 오래된 골목이 자연스럽게 시선을 끌었습니다.
그렇게 걷다가 리스본에서 가장 유명한 에그타르트 집, 파스테이스 드 벨렝에 갔습니다. 역시나 사람은 엄청 많았습니다. 줄을 보자마자 “아, 여긴 진짜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기다리면서도 설레었습니다. 에그타르트를 손에 들고 나오는데, 뭔가 소소한 성취감 같은 것도 들었습니다. 저는 건너편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사 들고 공원에 앉아 먹었습니다. 사실 ‘왜 굳이 맥도날드 커피를?’ 싶을 수도 있는데, 그 순간에는 그 선택이 이상하게 딱 맞았습니다. 공원 벤치에 앉아 바람을 느끼며 따뜻한 타르트를 한 입 먹는 순간, “아 지금 너무 좋다”는 생각이 정말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3. 에그타르트
에그타르트는 홍콩과 리스본이 쌍벽을 이룬다고들 말합니다. 어디가 더 맛있냐, 어떤 게 원조냐 같은 이야기가 늘 따라붙는데, 저는 이번 여행에서 리스본 에그타르트를 먹고 나서 그 경쟁 구도가 왜 생기는지 이해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맛있었습니다. 둘 다 바삭하고, 버터 향이 가득 나고, 겉과 속의 대비가 확실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더 맛있는 곳”을 고르기보다는 “내 취향에 더 가까운 쪽”을 고르는 문제처럼 느껴졌습니다.
홍콩 에그타르트는 제 기억 속에서 조금 더 달고 진한 느낌이었습니다. 달걀 필링의 단맛이 확 올라오고, 한 입 먹었을 때 ‘디저트 먹는 만족감’이 확실했습니다. 반면 리스본 에그타르트는 단맛이 상대적으로 절제되어 있고 더 담백한 쪽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담백함이 오히려 좋았습니다. 한두 개 먹고 끝나는 디저트가 아니라, “한 개 더 먹어도 부담이 덜한 맛”이라고 느꼈습니다. 겉의 페이스트리는 바삭하면서도 버터 향이 진했고, 속은 촉촉하게 퍼졌습니다. 그 조합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유명하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리스본 에그타르트는 시나몬을 뿌려 먹으면 더 맛있다고들 하는데, 저는 실제로 그렇게 먹었을 때 “아, 이래서 시나몬이구나” 싶었습니다. 단맛이 더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있었고, 향이 더해지면서 맛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냥 달기만 한 디저트가 아니라, 향과 식감까지 같이 즐기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홍콩과 리스본 중 하나를 굳이 고르라면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둘 다 맛있고, 상황에 따라 끌리는 쪽이 달라진다”는 결론이 가장 솔직하다고 느꼈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리스본 여행을 돌아보면, 거창한 이벤트보다 작은 순간들이 더 강하게 남았습니다. 밤 11시에 공항에 도착해서 볼트를 켜놓고 계속 새로고침을 하던 시간, 숙소에 도착해 빵을 한 조각 먹으며 “그래도 무사히 왔다”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던 마음, 그리고 둘째 날 공원 벤치에 앉아 커피와 에그타르트를 함께 먹던 그 여유가 특히 그렇습니다. ‘관광을 많이 했다’는 느낌보다 ‘도시에 잠깐 스며들었다’는 느낌이 더 컸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다시 보면 유명한 랜드마크보다, 공항의 늦은 조명이나 공원의 햇살 같은 장면이 더 먼저 떠오릅니다.
리스본은 빠르게 이동하며 체크리스트를 지우는 여행보다는, 천천히 걷고 앉아 쉬면서 분위기를 느끼는 여행이 더 어울리는 곳으로 보였습니다. 길이 조금 불편하거나 언덕이 많아도 그 과정이 여행의 일부가 되는 도시였습니다. 정확히 무엇 때문에 그렇게 좋았는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여행이 끝난 뒤에도 계속 생각난다는 점이 그 도시의 힘인 것 같습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또 다른 유명 관광지를 추가하기보다, 그때처럼 공원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다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나몬을 조금 더 듬뿍 뿌려서, 그 담백한 에그타르트 맛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식이 기대보다 평범했던 것조차도 이상하게 웃으면서 떠올리게 됩니다. 여행은 늘 완벽하지 않아서 더 사람답게 남는 것 같았습니다. 리스본은 그런 ‘완벽하진 않지만 계속 생각나는 도시’로 제 기억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