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숙소 체크인이었습니다. 이동하느라 지쳐 있었지만 새로운 도시라는 생각에 괜히 들뜬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숙소 앞에 도착하자마자 예상하지 못한 난관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최상층 숙소였다는 점이었습니다.

1. 세비야 맛집
층수를 보고 순간 당황했지만 ‘한 번만 올라가면 4일 동안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캐리어를 끌고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층들도 숙소로 사용되고 있었지만 우리 방은 단독층이라 그런지 가장 위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올라가는 동안은 힘들었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방이 깔끔했고 햇빛이 잘 들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여행에서는 이런 작은 만족이 피로를 금방 잊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짐을 대충 풀어두고 바로 저녁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유럽 여행을 하면 우리는 일부러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맛집을 찾아가는 편입니다. 결국 입맛이 가장 잘 맞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Cinco Jotas Sevilla였습니다.
이베리코 스테이크가 유명하고 테라스 분위기가 좋아 와인 한잔하기 좋다는 추천을 많이 받았던 식당이었습니다.
도착해 보니 역시 한국인 커플이 있었고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메뉴를 고민하며 한참 보고 있었는데 먼저 식사를 마친 한국인 부부가 어떤 메뉴가 맛있었는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떠났습니다. 여행지에서 이런 순간을 만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우리는 이베리코 스테이크와 가스파초, 로제와인 그리고 콜라를 주문했습니다. 가스파초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차가운 토마토 수프인데 시큼하고 짭짤한 맛이 특징이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취향은 아니었고, 친구는 굉장히 맛있다며 잘 먹었습니다. 하몽 특유의 향도 조금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베리코 스테이크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소고기처럼 부드러웠고 식어도 맛이 유지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고기를 잘못 먹으면 질기거나 냄새가 날 때도 있는데 이곳의 스테이크는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다음에 세비야에 온다면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2. 세비야 츄로스
식사를 마치고 후식을 찾기 위해 거리를 돌아다녔습니다. 스페인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츄로스라 자연스럽게 유명한 가게를 찾아갔습니다. 세비야에는 1904년부터 운영된 츄로스 가게가 있는데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곳입니다.
현지인과 관광객이 모두 몰려 내부는 상당히 북적거리고 시끌벅적한 분위기였습니다. 카드 결제는 최소 10유로 이상부터 가능해 현금을 준비해 가는 것이 편했습니다. 우리는 테이크아웃을 해서 근처 광장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츄로스와 초콜릿 소스 가격은 5.5유로 정도였습니다. 한국에서 먹던 츄로스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는데, 과자보다는 빵에 가까운 식감이었습니다. 훨씬 두툼하고 기름기가 살아 있어 달짠한 맛이 강했습니다. 초코 소스는 생각보다 연했지만 듬뿍 찍어 먹으면 단짠 조합이 완성되었습니다.
양이 꽤 많아서 1인 1개는 조금 부담스러웠고 둘이 나눠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광장에서 먹을 때는 반드시 비둘기를 조심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빵을 자주 나눠줘서인지 먹을 것을 보면 바로 몰려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비둘기를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주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근처에 ‘쿠쿠추로’라는 가게도 있어 두 곳을 비교해 먹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Bar El Comercio 츄로스를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

3. 아사이볼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빵과 고기 위주의 식사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 신선한 음식이 간절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JESTER Specialty Coffee & Juice라는 아사이볼 맛집을 찾아갔습니다.
생각보다 한국인은 거의 없었고 현지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좌석은 우리나라 푸드코트처럼 자리가 나면 먼저 확보해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혼자 방문하면 자리 맡기가 쉽지 않아 조금 난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아사이볼, 아보카도 샌드위치, 아메리카노, 오렌지주스를 주문했습니다. 결과는 전부 만족스러웠습니다. 커피는 익숙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맛이라 반가웠고 주스는 생과일 그대로의 신선함이 느껴졌습니다. 아사이볼에 들어간 과일과 토핑도 전부 신선해서 피곤했던 몸이 다시 깨어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여행 중간정도에 먹기 딱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느글느글 했던 위를 다시한번 리쎗 하는 느낌이랄까? 앉아있으니 운동하고 끝나는길에 오는듯한 사람도 많이 보였습니다.
야외 좌석이라 새들도 지나가고 사람들도 계속 오갔지만 오래 앉아 있기보다는 가볍게 먹고 이동하기 좋아 오히려 여행 분위기와 잘 어울렸습니다. 빵과 고기 사이에서 잠시 쉬어가는 식사로 아주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주변에 친구들에게 추천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세비야 첫날은 화려한 관광보다 음식으로 도시를 처음 만난 하루였습니다. 숙소 계단을 올라가던 순간부터, 테라스에서 먹었던 이베리코 스테이크, 광장에서 먹던 츄로스, 그리고 아침의 아사이볼까지 하루가 음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유명한 장소보다 그날 먹었던 음식과 분위기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비야 역시 처음 마주한 도시의 인상보다 식당에서의 대화와 거리의 소음, 따뜻한 밤공기가 먼저 떠오르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날은 관광이 아닌 ‘도시에 적응한 하루’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