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길 동굴 투어를 마치고 알부페이라로 돌아왔을 때는 생각보다 몸이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바닷바람을 계속 맞으며 보트 위에 앉아 있었더니 머리카락도 엉키고 피부도 끈적거리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여행 중에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숙소로 돌아오니 피로가 한 번에 몰려오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식당을 찾기보다는 숙소에 잠시 들어가 씻고 쉬었다가 저녁을 먹으러 다시 나오기로 했습니다.

1. 알부페이라 맛집
알부페이라는 유명한 특정 맛집이 딱 떠오르는 도시라기보다 분위기 좋은 식당들이 많은 곳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검색을 해봐도 꼭 가야 한다는 식당보다는 해변을 바라보며 식사하는 경험 자체가 중요한 도시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메뉴보다는 분위기를 기준으로 식당을 고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그중에 먹고싶었던 익숙한 맛 .. 유명하다는 문어요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해변이 보이는 곳을 천천히 걷다가 Esplanada do Túnel이라는 식당을 발견했고, 마침 피자가 먹고 싶어 피맥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테라스 자리에 앉자마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고, 투어 후 마시는 맥주 한 잔이 정말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여행 피로가 전부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허기에도 평화가 오고 우리의 기분에도 평화가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주문한 피자와 문어요리가 나왔는데 음식 자체가 엄청난 맛집 수준은 아니었지만 분위기가 모든 것을 보완해 주었습니다. 해안가 마을답게 갈매기가 정말 많았고 직원들이 계속 새를 쫓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한 손님이 혼자 감자튀김을 먹고 있었는데 갈매기가 순식간에 음식을 낚아채 가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모두가 놀랐다가 웃음이 터졌고, 손님도 웃으며 넘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 덕분에 식당 전체 분위기가 더 편안해졌고 여행다운 장면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2. 전망대
알부페이라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가게 되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습니다.
시내에서 해변 마을로 내려가려면 거의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라 자연스럽게 익숙해졌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대로 아래로 내려가지만, 내려가기 전에 오른쪽으로 살짝 돌아가 보면 마을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타납니다.
우리는 우연히 그 길로 들어섰는데 생각보다 풍경이 너무 좋아 한참을 서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바다와 흰색 건물들이 한 번에 보이는 구조라 사진 찍기에도 매우 좋은 장소였습니다. 멍하니 풍경을 보고 있었더니 다른 여행자들이 우리에게 사진을 부탁하기 시작했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만족하는 포인트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발견한 사진 팁도 하나 있습니다. 일행이 있다면 한 명은 아래로 내려가고 다른 한 명은 전망대에 남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을 찍는 것입니다. 위아래 높이 차이가 있어서 사진 구도가 매우 독특하게 나오고 결과물도 생각보다 만족스러웠습니다. 우연히 시도해 본 방법이었지만 여행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컷이 되었습니다.
특히 해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하는 시간대에 올라가면 빛이 건물 사이로 들어오면서 마을 전체가 따뜻한 색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져 같은 장소인데도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사람들이 오래 머무르는 이유를 직접 와보니 알 수 있었고, 알부페이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풍경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3. 해변 시그니처
알부페이라 해변에는 ‘ALBUFEIRA’ 글씨 옆에 하트 모양이 붙은 전광판이 있습니다.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우리도 줄을 서서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하트에는 다양한 나라의 스티커와 흔적들이 붙어 있어 여행자들의 방문 기록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노을빛이 퍼지면서 마을의 흰 건물들이 노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바다와 하늘 색이 천천히 변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한 포토존이라 생각했는데 시간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장소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포즈를 시도하며 사진을 찍다가 다른 여행자들이 오면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켜 주었습니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웃던 분위기 자체가 여행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굳이 전광판이 아니더라도 일몰 시간에 해변에서 마을과 함께 사진을 남기면 충분히 특별한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해변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사람들이 노을을 바라보며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음악을 틀어 놓고 쉬는 사람, 모래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 등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그 분위기가 매우 평화롭게 느껴졌습니다. 관광지라기보다 휴식 공간에 가까운 느낌이라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장소였습니다.
그리고 입이 심심해질 즈음 주변을 보면 아이스크림 가게가 1~2분 거리마다 있습니다. 특정 맛집을 찾기보다 그 순간 끌리는 곳에 들어가 젤라또 하나 사 먹는 것이 오히려 더 여행다운 선택이었습니다. 이상하게 그런 즉흥적인 선택이 가장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알부페이라에서 보낸 시간은 화려한 관광지보다 분위기와 여유가 더 기억에 남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베나길 투어로 바다를 달리고, 해변 식당에서 맥주를 마시고, 전망대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아무 말 없이 풍경을 바라보던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여행 초반에는 유명한 장소를 많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 장소에 머무르며 느끼는 감정이 더 크게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알부페이라는 특별한 계획 없이도 하루가 충분히 채워지는 도시였습니다. 걷다가 마음에 드는 식당에 들어가고, 우연히 발견한 전망대에서 시간을 보내고, 해변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단순한 흐름이 오히려 여행의 완성처럼 느껴졌습니다. 빠르게 소비하는 여행이 아니라 천천히 머무르는 여행이 무엇인지 알게 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돌아와 사진을 다시 보니 장소보다 그때의 공기와 빛, 그리고 함께 웃던 순간들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이번 알부페이라의 기억은 관광지가 아니라 ‘시간을 잘 보냈다’는 감정으로 남아 있습니다. 여행은 결국 어디를 갔는지보다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해 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