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막바지에 들어서면 이상하게 큰 관광지보다 소소한 일정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알부페이라에서도 딱 그런 하루를 보내게 됐습니다. 특별히 어디를 가야겠다고 정하지 않고 동네를 천천히 걸어 다니다가 맥도날드에 들르고, 마트에서 기념품을 고르고, 숙소로 돌아와 과일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사진보다 분위기가 더 또렷하게 기억나는 하루였습니다.

1. 알부페이라 맥도날드
알부페이라 에스컬레이터에서 해변 방향이 아니라 위쪽으로 올라가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관광객이 몰린 해변과 달리 마트와 호텔, 현지 생활 공간이 섞여 있어 산책하듯 돌아다니기 좋았습니다. 사람도 비교적 적어서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기에 딱 좋은 동네였습니다. 언덕인게 조금 미스테이크 이긴 하지만요!
해외여행을 가면 개인적으로 꼭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그 나라 맥도날드 가보기입니다. 익숙한 브랜드지만 나라마다 메뉴가 조금씩 달라 작은 문화 체험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맥도날드에 들어갔습니다.
매장은 꽤 최근에 지어진 듯 깔끔했고, 옥상 좌석과 테라스 자리가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날씨가 좋아 야외 자리에 앉았는데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식사 시간이 훨씬 여유롭게 느껴졌습니다. 현지에서 광고를 많이 하던 비파나 버거를 주문했고, 메뉴판에 파인애플이 따로 판매되는 것이 신기해 함께 시켜봤습니다. 아이스크림 메뉴도 한국보다 다양해 보였고 선택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맛은 솔직히 익숙한 맥도날드 맛이었습니다. 하지만 재료가 조금 더 신선한 느낌이 있었고 무엇보다 삐리삐리 소스를 함께 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매콤하면서 향이 강해 버거와 잘 어울렸습니다. 특별한 식사는 아니었지만 여행지에서 느끼는 익숙함 덕분에 오히려 더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2. 기념품
기념품을 사기 위해 핑고도스와 MODELO 마트를 방문했습니다.
두 곳 모두 규모가 큰 대형마트였는데, 특히 알부페이라 핑고도스는 관광객보다는 현지 노동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일반 마트라기보다 도매형 슈퍼 같은 느낌이 강했고, 그래서 더 현지 생활을 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관광객이 별로 없어 어떤제품들이 인기있는지 살펴보기에는 어려움이 좀 있었습니다.
이번 쇼핑의 목표는 삐리삐리 소스였습니다. 포르투갈에서 자주 접했던 매운 소스인데 종류가 생각보다 매우 다양했습니다. 고추기름처럼 요리에 사용하는 제품도 있었고 달콤한 칠리소스 스타일도 있어 고르는 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결국 이것저것 담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가서 요리할 때 쓰면 여행 기억이 떠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리브유도 구매했습니다. 스페인에서도 살 수 있었지만 포르투갈 식당에서 먹었던 올리브유 맛이 계속 생각나 현지 제품을 고르고 싶었습니다. 큰 병을 사고 싶었지만 캐리어 무게 때문에 가장 작은 사이즈로 선택했습니다. 대회 수상 제품도 있었지만 병 크기가 너무 커 포기해야 했던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마트에는 트러플 프링글스, 논알콜 음료, 다양한 간식 등 포르투갈에서만 볼 수 있는 상품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관광지보다 마트가 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는 말을 이해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3. 마트과일
숙소로 돌아가기 전 마트에서 과일도 몇 가지 사 보기로 했습니다. 유럽에 오면 과일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자두, 딸기, 사과를 골라 숙소로 돌아왔고 씻어서 바로 먹어봤습니다. 겉모습만 보면 정말 완벽했습니다. 색도 선명하고 크기도 큼지막해서 보기에는 아주 달고 맛있어 보였습니다.
먼저 자두를 먹어봤는데 우리가 한국에서 먹던 자두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상큼함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단맛도 강하지 않아 예상했던 맛과는 약간 차이가 있었습니다. 딸기는 더 의외였습니다. 색은 진한 빨간색이라 굉장히 달 것 같았는데 막상 먹어보니 수분감은 많지만 당도가 낮아 싱겁게 느껴졌습니다. 씨도 굉장히 많아서 식감이 조금 독특했습니다. 사과 역시 아삭한 식감은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맛이 연한 느낌이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포르투갈은 대서양의 영향을 받는 해양성 기후라 일교차가 크지 않다고 합니다. 과일은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클수록 당도가 높아지는데 이 지역은 기온 변화가 비교적 일정해 당분이 강하게 축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대신 수분이 많고 산미가 부드러운 특징을 가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지 사람들은 과일을 아주 달콤한 디저트 개념보다는 식사 후 가볍게 먹는 상큼한 음식처럼 즐긴다고 합니다.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포르투갈에서는 오렌지가 가장 맛있었다는 것입니다. 길거리 마트마다 착즙 오렌지 주스 기계가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기대했던 ‘달콤한 과일 천국’과는 조금 달랐지만, 지역의 기후와 식문화를 직접 체험해 본 경험이라 오히려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여행에서는 기대와 다른 순간조차 하나의 이야기로 남는다는 걸 다시 느끼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여행의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기보다 지금 있는 시간을 천천히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알부페이라에서 보낸 하루도 특별한 관광 없이 맥도날드에 가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숙소에서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이런 순간들이 오히려 여행의 핵심처럼 느껴졌습니다.
여행 초반에는 많은 것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익숙한 브랜드도 다른 나라에서는 새로운 경험이 되었고, 평범한 식사도 여행의 한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리스본의 활기, 라고스의 여유, 알부페이라의 휴양 분위기를 지나며 여행의 속도도 점점 느려졌고 그 덕분에 여행을 더 깊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결국 여행은 어디를 갔는지보다 그곳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포르투갈 여행은 관광지보다 순간의 분위기와 감정이 더 많이 남은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