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선택과 그에 따르는 책임감 줄어드는 감정표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1. 어른의 선택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릴 때에는 누군가가 정해 준 길을 따라가면 되었고, 시키는 일을 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꼈습니다. 내가 선택을 하는 것보다는 선생님, 부모님, 언니 오빠들 등 우리보다 먼저 인생을 살았다 하는 선배님들의 말이 더 옳고 좋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누가 대신 정해 주는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은 더 이상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고르고 결정하는 사람이 되었을 때 찾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무엇을 먹을지 같은 사소한 선택부터,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 어떤 사람과 함께해야 행복할지까지 하루하루가 선택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이 선택들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무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선택이 나의 앞날에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그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선택의 폭은 넓어지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택 하나가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선택 앞에서는 설렘보다 부담이 먼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선택에 대한 부담감도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른의 삶은 결국 선택을 미루지 않는 쪽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2. 책임감
선택이 따라오면, 그 뒤에는 반드시 책임감이 함께 따라왔습니다. 어떤 선택을 했든, 그 결과가 좋게 흘러가든 그렇지 않든 그에 대한 몫은 결국 나에게 돌아왔습니다. 누군가를 탓하고 싶어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내가 고른 길이라는 사실이 남았습니다.
책임감이라는 말은 처음에는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책임감 덕분에 결과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잘 되었을 때 기쁨을 누리는 것도 나였고, 잘되지 않았을 때 수습하는 것도 나였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어른이 된다는 감각을 조금씩 만들어 주는 듯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선택 하나하나 신중하게 고르는 법도 배웠고 내가 아무리 따지고 생각해서 선택을 했을지언정 그 결과는 어디로 흘러갈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도 배우게 되었죠.
그래서 어떤 선택이든 완벽하려고 애쓰기보다는, 그 선택 이후를 감당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어느 정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인식은 선택 앞에서의 두려움을 조금은 낮춰 주는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후회로 가득 찰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감정표현
나이가 들수록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어릴 때에는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느끼는 대로 말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말 한마디를 꺼내기 전에 주변의 반응을 먼저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내 말 이 옆에 있는 그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 대상이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이든, 혹은 직장 동료이든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불필요한 오해를 낳지는 않을지 먼저 계산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감정은 점점 안으로 눌러 담기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분명 화가 나 있는데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치 화가 나지 않다고 스스로를 설득당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이것이 사회생활이라고, 어른의 태도라고 불리지만, 그 과정에서 내 감정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감정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방식을 배우는 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그 조절이 자기 검열이나 억압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선택과 책임감, 감정표현은 서로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로 얽혀 있으며, 그 균형을 찾는 과정이 어른의 삶을 만들어 가는 중인 것 같습니다. 아직은 그 답을 찾는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